고용보고서, 실리콘밸리 은행(SVB) 파산이 미국증시에 미치는 영향은?(CPI발표로 몰린 시선)
전일 고용보고서가 발표된 후 미국증시는 여러 차례 등락을 거듭한 가운데 최종적으로는 3대 지수 모두 1%가 넘는 하락을 보이며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고용보고서의 결과는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발표된 고용보고서를 살펴보고, 주가하락의 원인이 되었던 실리콘밸리 은행 사태가 증시에 미칠 영향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2월 고용보고서 발표
▷ 실업률 발표
우선 지난달 역사상 최저 수준인 3.4%까지 떨어졌던 실업률은 이번 달에 3.6%로 올라오면서 상당히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2월들어 또 한번의 빅테크들의 감원 소식이 있었는데 이러한 요소들이 반영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인플레이션의 주범이라고 할 수 있는 임금상승률 역시 전월 대비 0.2% 상승하며, 지난달보다 상승률이 하락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전년 대비로도 4.6%로 예상치였던 4.8%보다 낮게 발표되었습니다.
결국 실업률과 임금상승률 모두 시장의 기대치에 부합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비농업 고용건수가 예측치보다 높은 31만 1천 건 증가하면서 예상치였던 20만 5천 건을 훨씬 상회하는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포스팅에서도 말씀드렸다싶이, 1월 51만 7천 건이었던 비농업 고용건수가 2월이 되어 예상치인 20만 건 수준이 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고 말씀드려 왔습니다. 경제학자들의 희망치인 20만 건보다 다소 높게 나오면서 딱 예상했던 수준의 비농업 고용건수가 발표된 셈인 것입니다.
따라서 2월 고용보고서는 시장의 상승을 이끌기에 충분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 3대 지수가 모두 하락 마감하였는데요. 선방한 고용보고서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끌어내리는 요인이 따로 있었습니다.
SVB의 파산
어제에 이어 은행권에서는 파산 소식이 전해져 왔습니다. 미 연방예금공사가 실리콘밸리 은행을 폐쇄하고 고객 자금을 대신 관리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시 은행권의 공포감이 확산되었습니다. 실제로 고용과 금리에 대한 파월의 연설보다 더 큰 하락폭을 보여주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리콘밸리 은행의 폐쇄는 2008년 워싱턴 뮤추얼뱅크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로 알려졌습니다. 워싱턴 뮤추얼뱅크의 자산규모가 3,700억 달러였으며, 실리콘밸리 은행은 2,120억 달러 수준이기 때문에 실리콘밸리 은행 한 곳이 파산한 것은 그렇게 큰 사건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실리콘밸리 은행은 미국 은행 중 규모면에서 16번째의 은행이기 때문에 규모자체가 크지 않고, 고객들의 예금자체도 25만 달러까지 예금보험공사에 의해 모두 지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심각한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도 적습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 은행의 폐쇄 소식에 은행주들은 어제 급락한 데 이어 오늘 또다시 큰 하락을 이어갔습니다. 사람들이 리먼 브라더스 당시 은행들의 줄도산 공포를 떠올리기 시작했던 것으로 여겨집니다. 특히 오늘은 어제와 다르게 중소형 은행들의 낙폭이 더 심화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은행주에서 확산된 불안감이 시장 전체를 감싸 안으며 결국 증시를 끌어내리게 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추세선을 이탈한 S&P500
SVB 파산상태로 3대지수 모두 강하게 하락하면서 S&P500의 경우는 추세 지지선을 지켜내지 못하고 돌파당하는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돌파당하였다고 해서 주식을 던져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바로 다음주에 있을 CPI발표 때문입니다. 다음주가 되면 SVB사태는 어느 정도 진정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그 뒤로는 3월14일에 발표될 CPI만 쳐다보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소비자 물가가 예상보다 괜찮게 나온다면 증시가 이를 반기면서 갑작스럽게 튀어 오를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S&P는 다시 지지선 위로 올라서게 될 것이며, 일시적인 하락추세선 이탈 후 단시간 내 다시 복귀할 경우에는 거짓 돌파(거짓 붕괴)에 따른 이탈로 간주하기 때문에 아직은 추세가 하락으로 돌아섰다고 판단하기에는 조금 이른 상황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3월 금리인상 및 최종금리
전일 미국증시는 은행 파산 사태로 주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이게 꼭 악재로만 비치지는 않았습니다. SVB의 파산사태로 인해 80%수준까지 올라갔었던 3월 50bp인상 가능성이 현재 40% 수준까지 내려왔다는 것이며, 최종금리 예측치 또한 5.75%에서 5.5% 수준으로 다시 내려오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 수 있습니다.
이것은 은행 파산 사태를 겪으면서 진짜 불황의 시작이라는 인식이 강해졌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은행이 파산했다는 것은 결국 금융시장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약한 고리부터가 떨어져 나갔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약한 고리가 떨어져 나간 지점부터 줄줄이 떨어져 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은행권뿐만 아니라 이후에는 망하는 기업들도 속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실업률은 산순간에 치솟고 경제는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되는 것입니다. 실업률의 경우는 인플레이션과는 다르게 한순간에 무섭게 치솟는 경우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점진적으로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겆잡을 수 없을 만큼 한 번에 오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연준이 이에 대한 공포감을 가지고 앞으로는 결정을 조심할 수 있다는 추측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며, 이에 따라 금리 예측치가 하루만에 급격하게 하락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입니다.
또한 국채 수익률도 급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국채 가격이 급등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은행이 파산할 정도로 위험한 상황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채권을 사들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숫자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채권 가격이 일시적으로 급등하며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수익률은 급락을 하게 된 것입니다.
채권 수익률 하락 자체는 주식시장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람들이 위험자산을 팔고 채권을 사고 있다는 측면에서 당장 주식시장에는 악재로 작용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사태들을 돌아보면 앞으로의 시장이 반드시 비관적이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습니다.
은행 사태도 단기적으로 보면 시장을 끌어내린 악재는 맞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호재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가 아플때는 통증을 통해 아프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는데요. 마찬가지로 이번에 발생한 SVB의 파산은 연준이 너무 빠른 속도로 금리 인상을 해온 것에 대한 일종의 경고의 신호라고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금리를 더 높게, 더 빠르게 올리게 되면 훨씬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일종의 통증과도 같은 경고인 셈입니다. 따라서 연준도 경제 지표에만 너무 매몰되지 않고 더 넓게 상황을 바라볼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지금은 공포로 인해 투자자들이 채권 시장으로 몰렸지만 결국 이런 불안감은 일시적인 것으로 끝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그 후에는 낮아진 채권 수익률이 오히려 증시를 더 좋게 만드는 원동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시장에 나쁘게 적용될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결국 위기는 기회일 수 있습니다. 어느 하나가 지나치면 반드시 반대편으로부터 반발 작용이 생기게 됩니다. 실리콘밸리 은행이 한 가지의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시장 자체가 안 좋은 방향으로만 몰려지고 있지만 그에 대한 반발작용도 분명히 발생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낮아지는 금리인상 예상치가 바로 그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마치며
지금은 매크로에 묶여서 하락에 대한 걱정을 하기보다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빛날 수 있는 기업을 찾고, 현재가치로 환산한 뒤 시장가격과 비교해서 싸다면 더 매수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리는 연습을 하여야 할 시기입니다.
누군가에겐 위기가 다른 누군가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항시 기억하고 계시기 바랍니다. 항상 준비가 갖추어져 있어야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미국증시에 임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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